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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드 프렌즈 Friends 를 좋아하는 이유 본문
몇 년전 처음 보게 된 미드 프렌즈.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지나가다 봤을 법한 그 드라마 맞다.
사실 처음에는 영어 회화를 쉐도잉으로 공부하기 위해 보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쉐도잉보다 전적으로 '재미있어서' 시리즈를 단숨에 정주행 해버리고 말았다. 방영된 기간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1년이란다. 긴 시간만큼 10개 시즌에 에피소드만 236개인 이 어마어마한 작품은 사실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와서 봐도 (내 기준) 전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드라마다.
패션, 캐릭터 구성, 웃음코드까지. 그때와 지금 변한 게 있다면 배우들의 나이가 +30살이 되었다는 거? 제니퍼 애니스톤, 코트니 콕스 등 배우들의 근황을 찾아볼 때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거 정도? 그만큼 시리즈 자체에는 올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2021년 한국의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프렌즈는 지금의 한국보다 어떤면에선 30년 전 시리즈임에도 훨씬 더 앞서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기준 웰메이드 그런 드라마. (지나친 칭찬 주의)
오늘은 프렌즈 2.5차 정주행을 마친 기념 그동안 꼭 써보고 싶었던 <내가 미드 프렌즈 Friends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써볼까 한다.
1. 내가 프렌즈를 좋아하는 이유 첫번째. 우선 프렌즈에는 악역이 없다.
흔히 극적인 전개를 위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곤하는 평범한(?) 악역. 프렌즈엔 조연조차 이렇다할 악역이 없다!
그렇다고 시리즈 내에 갈등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6명의 친구들 사이에도 분명 갈등은 존재하고, 주변 인물들과의 다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들도 종종 등장한다. 다만 프렌즈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악역의 등장이 없고 막장으로 치닫는 극이 아니더라도, 각각의 캐릭터 특징을 활용하여 충분히 재미요소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10개 시즌에 굳이 악역을 배치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한다. 악역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더 가볍게, 마음 졸이지 않고 보는 내내 즐기며 볼 수 있었던 것도 프렌즈의 큰 장점 중 하나.
2. 두번째, 프렌즈는 미국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드라마 중 정석 오브 정석이다.
이 시리즈를 모두 정주행하고 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if 내가 뉴욕 인턴을 하러 가기 전에 프렌즈를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였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것보다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높았을 거고, 미국 사회의 백그라운드를 알고 인턴을 했다면 좀 더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아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프렌즈에서는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New Year's Eve, 할로윈, 취업, Knicks game(농구), 집구하기, 결혼 등 다양한 미국 생활, 문화가 소개된다. 각 미국 문화를 각잡고 소개한다기 보다 대부분이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데, 이를 통해 미국에 어떤 전통이 있는지, 어떤 게 터부인지,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벤트가 갖는 의미 등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크리스마스와 New Year's Eve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연말연시는 연인과 보내는 문화라고 한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보내고 연말연시에는 가족과 보내는 게 일반적인 것과 매우 상반되는 문화. 이건 정말 프렌즈를 통해 알았다. 인턴을 가기 전에 알았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유학생활이나 인턴, 일을 할 사람이라면 프렌즈는 웬만하면 정주행 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3. 세번째. 사실 이 내용을 쓰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프렌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캐릭터가 등장해서 시리즈를 좋아한다.
'다양하다'는 건 인종에 대한 얘기라기보단 캐릭터 자체가 다양하다는 점인데, 메인 주인공인 6명의 친구만 놓고 봤을 때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성 존중에 매우 오픈되어 있다고 생각함. 그 포인트들은 이런 것들이다.
a. 모니카&챈들러
둘은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위해 수차례 시도하다 거듭되는 불임으로 난항을 겪는다. 결국 에리카의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는 모니카&챈들러 커플. 둘은 쌍둥이를 낳은 에리카의 두 아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모니카와 챈들러는 아이가 태어날 이후를 대비해 그동안 정들었던 맨해튼의 아지트 역할을 하던 아파트를 떠나 이사라는 큰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지만 여기서의 포인트는 입양한다는 게 흠이 되거나 숨겨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입양으로 인한 어떤 갈등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한국 드라마와 굉장히 비교되는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자. 1990년대 한국의 모습을, 그리고 2021년 현재의 모습을.
입양아에 대한 여전한 편견 어린 시선, 그리고 정인이 사건만 보아도 입양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 (정인이 사건은 차별을 뛰어넘는 잔혹한 학대였지만.) 그러나 프렌즈에서 입양에 대해 그릴 때 그런 편견이나 부정적인 면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 이런 관계도 가족의 한 형태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는 이 다양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 재니스라는 챈들러의 옛 애인을 마주칠 때도 쿨해보이는 (웃음소리만 빼면) 구여친-챈들러-모니카와의 관계도 새로워보였음)
b. 피비
6명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채식주의자다. 일단 90년대 배경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방송에서 메인 캐릭터 중 한명이 채식주의자로 등장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센세이셔널(?)한 특징인 거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인공이 채식주의자라는 설정이 나온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있다면 제보 바람)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내가 막상 채식 지향인이 되고 나니 채식주의자가 메인 캐릭터라는 점이 굉장히 진보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피비는 이복동생 프랭크 부부를 위해 대리모를 자처하는 것도 독특하지만 이 또한 다양성을 반영하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스토리가 들어 갔던 배경에는 당시 피비 역을 맡은 리사 쿠드로가 실제 임신을 해서 급히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럼에도!!!! 동생 부부를 위한 대리모를 했다는 점도, 피비의 선택을 친구들이 모두 응원해주고 그 결정을 지지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c. 로스
6명의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로스. 로스는 첫번째 결혼 상대인 캐롤과 결혼해 벤을 낳았지만 캐롤이 레즈비언인 것을 깨닫고 로스와 이혼 후 수잔과 재혼을 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가 포인트인데, 90년대에 이혼을 했다는 것과 레즈비언이 캐릭터로 나왔다는 것! 90년도 당시 우리나라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혼은 숨겨야하는 흠 같은 거였는데, 프렌즈에서 이혼을 다루는 방식은 굉장히 유쾌하다. 게다가 결혼 상대인 캐롤이 레즈비언이니 더이상 로스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설정이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도 로스를 위로하면서도 가끔 놀림 거리로 이용하기도 하는 걸 보면 그래도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간섭에 있어선 더 열려있는 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이혼녀, 이혼남이라고 낙인 찍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것.)
그리고 전 아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설정도 매우 신선했다. 레즈비언이라니. 생각해보자. 한국 공중파 드라마에서, 그것도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에서 (예를 들면 태양의 후예? 혹은 비슷한 격인 논스톱에서조차) 주연의 상대방이 레즈비언이거나 게이라는 설정이 나온 적이 있었는지. 추가로 로스는 중반, 후반부에 2번의 재혼 & 재이혼을 하는 설정도 나온다.
d. 레이첼
결혼식에서 뛰쳐나온 레이첼. 개인적으론 프렌즈 전체 에피소드를 아울러 1화와 마지막 화까지 갈 수록 가장 많이 인간적으로, 커리어적으로 성장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일이라곤 안 해본 레이첼이 카페 직원에서 내로라 하는 패션업계 사무직으로 취직하기까지의 과정도 그렇고, 로스와 연애를 하며 그려지는 것들도 그렇고. 레이첼은 로스와 연애 후 헤어지고 어쩌다 함꼐하게된 로스와의 잠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되는데, 결혼을 안한 상태라 당연히 지울거라 생각했지만 레이첼의 선택은 달랐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로 한 거였다. 미혼모라는 설정인데, 이 설정이 소비되는 방식이 우리나라 드라마와 좀 다른 것 같아 흥미로웠다. "미혼모니까", "미혼모답게" 애처롭거나 불쌍하게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레이첼이 자주적으로, 본인이 선택해서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는 단언이 멋있었음.
e. 조이
어리버리하고, 여자를 밝히는 조이지만 챈들러, 로스와의 우정은 소중하게 여기는 의리남.
암튼 전반적으로 백인 위주의 캐릭터 설정이 주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아프리칸-아메리칸, 스트리퍼 아저씨 아시안-아메리칸 등에 대한 에피소드 구성되며 끝까지 다양성에 대한 부분이 매우 강조된 것 같았다. 아무튼!!!!! 내가 프렌즈를 좋아하는 이유, 오늘은 이만 세가지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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